[박영준 유학칼럼] 열일곱다운 에세이를 써라
조회 1,573 작성일 2012.08.24

미국 대학의 베테랑 입학 사정관들은 에세이를 읽으면 글을 쓴 학생이 수업시간에 어떤 능력을 보일 지 훤히 보인다고 말한다. ‘학생 개개인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가 에세이'라고 말할 정도다.
 

미국 대학들의 아시아 지역 담당자는 한국 학생들의 에세이 주제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 봉사 활동, 드라마의 주인공, 한국의 전통 그리고 SAT공부 이야기 정도로 한정된다고 한다. 학생 한명 한명이 다 개별적이고 개성적인 존재인데도 매년 입시 때마다 주제 선택에서 ‘유행'과 ‘패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 학생들의 천편일률적인 에세이를 보고 ‘이 주제는 벌써 다섯 번째군!' 하고 푸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렇다면 에세이를 지도하는 어학원이나 유학원에서 ‘주제'를 상담하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닌가? 정직하게 정석대로 하는 게 왕도다. 학생다운 에세이 주제를 선택해서 학생답게, 자신이 선택한 단어들로 풀어가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에 만난 한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처장은 최근에 읽은 우리나라 학생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에세이에 대해 말해줬다. “귀를 뚫고 싶은 여학생이 이에 반대하는 아버지와 겪은 갈등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그녀는 ‘고등학생이 무슨 귀걸이냐'며 반대하는 아버지와 문화적, 세대적인 차이를 느끼며 몹시 답답해했다고 해요. 그러다 아버지 입장을 곰곰이 생각했더니 아버지가 단지 구세대여서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답니다. 아버지는 어린 소녀인 줄 알았던 자신이 여자가 돼서 아버지 품을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 아쉽고 싫었던 거라고. 하지만 아버지가 싫어해도 이제 아버지 품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게 사실이라는 얘기를 솔직하게 썼어요.”
 

그는 “이런 에세이야말로 가장 10대다운 에세이며 대학 담당자들이 무릎을 치며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자신이 모르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거창하게 꾸며댄 에세이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에세이 담당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입학 사정관은 “열일곱 살짜리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자기 나이보다 노숙하고 노련하게 느껴지는 에세이는 좋은 에세이가 아니다. 청소년의 풋풋하지만 발전적인 목소리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